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 //
그늘에 빚지지 않고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단 하나의 손발 //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는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주며 //
결정(結晶)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상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懷柔)에도
더 휘지 않는
마를 대로 마른 목관 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
쌉쓸한 자양(滋養)
에 스며드는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
* 감상 : 제목 ‘견고한 고독’은 ‘나뭇가지’의 비유이다. 시 전편이 의인화되어 있다. 고독(열매)의 관념을 비유하고 있는 시어들은 ‘흰 얼굴, 손발, 창끝, 칼날’(나뭇가지)이다. 이 나뭇가지는 시적 자아이다.
* 성격 : 주지적, 비유적, 상징적
* 구성
· 제1·2연 :고독의 형상과 화자의 자세
· 제3~5연 : 화자의 행동 양식과 시련의 암시
· 제6·7연 : 고독의 견지와 삶의 윤택
* 주제 : 절대 고독의 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