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날 강물은 숲에서 나와 흐르리. //
비로소 채색되는 유유(悠悠)한 침묵
꽃으로 수장(水葬)하는 내일에의 날개짓 //
아, 흥건하게 강물은 꽃에 젖어 흐르리
무지개 피에 젖은 아침 숲 짐승 울음 //
일체의 죽은 것은 떠내려 가리
얼룽대는 배암 비눌 피발톱 독수리의, //
이리 떼 비둘기 떼 깃죽지와 울대뼈의
피로 물든 일체는 바다로 가리. //
비로소 햇살 아래 옷을 벗는 너의 전신(全身)
강이여. 강이여. 내일에의 피 몸짓 //
네가 하는 손짓을 잊을 수가 없어
강 흐름 핏무늬길 바다로 간다. //
· 얼룽대는 : ‘얼룽얼룽하다’ - 크고 뚜렷한 무늬나 점 따위가 고르게 촘촘하다
· 죽지 : 새의 날개(깃)가 몸에 붙은 부분, 팔과 어깨가 닿은 관절 부분
· 울대뼈 : 앞 목에 두드러져 나온 뼈
* 감상 : 비극적인 시련의 세월을 넘어 소망스런 미래가 열리길 갈망하고 있다. 이시는 6.25 전쟁으로 인한 동족간의 살육(殺戮), 갈등이라는 민족의 비극적 상황을 이겨내고 밝은 미래를 희망하는 작가의 주제 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 성격 : 상징적, 주지적
* 구성
· 제1~3연 : 밝은 미래로의 지향
- 그 날 : 격동과 시련의 시기를 벗어나게 될 어느 날
- 숲 : 격동의 지난 세월, 전쟁이라는 혼란한 상황
- 꽃 (제2연, 제3연) : 격동을 거쳐 역사가 성취해야 할 찬란한 미래의 상징
--- <꽃을 소재로 한 작품>
· 제4~5연 : 현실의 비극적 상황 거부(강물이 숲에서 나오기 전 상황)
- 위협하는 뱀, 독수리 발톱, 이리떼, 피로 물든 일체
· 제6~7연 : 미래의 전망
- 죽음·살륙의 시대 꽃의 시대
(순탄한 길이 아닌, 고통과 희생을 겪으며 흐르는 ‘핏무늬길’)
* 주제 : 민족의 비극적 현실 극복
박두진 작품 [해]와의 공통점과 차이점
* 공통점 : 찬란한 미래에 대한 희망
* 차이점
· 해 : 광복의 감격 속에서 나온 순진하고 낙관적인 꿈의 표현
· 강 : 6·25의 민족적 비극과 그 이후의 사회 갈등을 체험한 시인의 고통과 소망이 드러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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