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

 

코카사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

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

 

거북이야 !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푸로메테우스 //

 

 

 

 

* 감상 : 이질적인 동서양의 설화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즉 구토설화와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결합하고 있다. ( 윤동주의 다른 작품 대부분이 자아 성찰적이고 고백적인 어조로 되어 있어 소극적인 저항 의식을 담고 있는데 반해 이 시는 소극적인 현실 대응 방식에 대한 자책과 울분을 격정적인 어조로 표현하고 있어 다른 작품과 구별된다. )

 

 

* 구성

 

· 1~2: 양심과 존엄성 회복의 다짐

- ‘’ : 생명과 같은 인간의 양심, 존엄성/훼손될 수 없는 소중한 자아(용궁에서 토끼가 잃어버릴 뻔했던 것에서 유추)

 

· 3~4: 현실 타협(妥協)의 유혹

- , 독수리 : 나의 본질, 양심을 훼손시키는 현실

 

· 5: 현실 유혹으로 인한 타협 거부

- 용궁의 유혹으로 을 내어 주는 것은 마치 양심을 버리는 것

 

· 6: 참고 견디는 자세

- 프로메테우스 : 인간을 위해 죄 아닌 죄를 짓고 속죄양이 된 존재로서 시적 자아의 모습 ( = 토끼 )

 

 

* 주제 : 현실적 고뇌의 극복 의지 ( 자기 희생 정신 바탕 )

 

 

 

정병욱 평전, <잊지 못할 윤동주>

 

시집 출판을 단념(斷念)한 동주는 19411129일에 ()’을 썼다. 작품 발표와 출판의 자유를 빼앗긴 지성인(知性人)의 분노(忿怒)가 폭발(爆發)한 것이리라.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달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노여움이 가라앉으면서 1942124일에 차분히 참회록(懺悔錄)’을 썼다. 어쩌면 이것이 고국(故國)에서의 마지막 작품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문열 <젊은날의 초상(肖像)>

 

이제 날이 밝고, 세상은 무거운 잠을 털고 일어선다. 제국(帝國)의 군대들은 점호(點呼)를 하고, 관리들은 백성을 다스릴 궁리를 시작할 것이다. 상인들은 점포를 열고 학자는 책을 펴고 --- 모든 이들이 무언가 쓸모 있고 건강한 일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는 이제야 유적(流謫)의 해가 지고 있다. 얕은 잠과 긴휴식, 간단없는 정직과 무위 속에 나는 다시 새로운 심장을 만들고 찢어진 가슴을 기워야 한다. 저 코카서스 산정(山頂)의 프로메테우스처럼, 밤의 독수리들이 다시 찢고 쪼아 먹을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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