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祈禱)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1. 감상 :
김현승의 시정신은 ‘기독교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동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시인들의 낭만주의, 모더니즘, 전원주의 등을 거부한 채
말년에 이르기까지 이를 삶의 방식으로 생각했다.
그의 시의 주제는 늘 ‘고독’ 속에서 신과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를 통해 삶의 진실을 추구하고자 한다.
자신의 시어(詩語)를 최대한 절제하는 가운데 신과의 대화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2. 구성
· 제1연 : 겸허한 마음으로 신과의 만남을 염원
- 낙엽들이 지는 때 : 고독의 시간(기도할 시간)
- 겸허한 목소리 : 마음 속에서 우러 나오는 간절한 목소리
· 제2연 : 삶의 참된 가치인 사랑에 대한 소망을 노래
· 제3연 : 자아성찰을 위한 고독의 시간을 갖고자 노래
- 까마귀를 통해 고독의 처절함과 완숙성을 추구
* 주제 : 가을의 계절감을 통한 경건한 삶의 가치 추구
* 출전 : [김현승 시초](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