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 - 시

견고한 고독 - 김현승

Alan5 2019. 4. 9. 20:56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 //

 

그늘에 빚지지 않고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단 하나의 손발 //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는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주며 //

 

결정(結晶)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상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懷柔)에도

더 휘지 않는

마를 대로 마른 목관 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

 

쌉쓸한 자양(滋養)

에 스며드는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

 

 

 

* 감상 : 제목 견고한 고독나뭇가지의 비유이다. 시 전편이 의인화되어 있다. 고독(열매)의 관념을 비유하고 있는 시어들은 흰 얼굴, 손발, 창끝, 칼날’(나뭇가지)이다. 이 나뭇가지는 시적 자아이다.

 

 

* 성격 : 주지적, 비유적, 상징적

 

 

* 구성

· 1·2:고독의 형상과 화자의 자세

· 3~5: 화자의 행동 양식과 시련의 암시

· 6·7: 고독의 견지와 삶의 윤택

 

 

* 주제 : 절대 고독의 추구